스테이블 코인을 넘어 금융 인프라로, 미국 기업 써클 (USDC)

스테이블 코인을 넘어 금융 인프라로, 미국 기업 써클 (USDC)


미국의 기업 써클(Circle)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아니다. 2025년에 들어서면서 이 회사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 시장의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는 기존 암호화폐 업계의 흐름을 아예 바꿔놓을 만큼 강력하다. USDC 발행사라는 단일 이미지에 갇혀 있던 시절은 끝났다. 지금의 써클은 글로벌 결제 사업, 토큰화 자산, 금융기관 연계,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까지 손을 뻗으며 “디지털 달러 시대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되려 하고 있다.

2025년 6월, 써클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공식 상장하면서 티커 CRCL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 IPO는 약 80억 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진행됐고, 암호화폐 기업 가운데 드물게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신뢰를 확보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IPO가 단순 상장이 아니라 곧바로 미국 금융 시스템과 연동되는 비즈니스 확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써클은 상장 직후 미국 내 신탁은행 라이선스 신청을 준비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이 직접 사용하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냈다.

이 회사의 핵심 동력은 여전히 USDC다.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유럽 기관 자금의 온체인 이전 움직임과 함께 USDC 유통량은 2025년 들어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5년 3분기 기준, 써클의 매출은 7억 달러를 넘었고 전년 대비 66% 성장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순이익은 202% 폭증했고, 이는 “스테이블코인 + 준비금 수익 모델”이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USDC 준비금으로 발생하는 이자 수익 자체가 기업의 막대한 현금흐름이 된다. 전통 금융의 수익구조를 암호화폐 기반 인프라가 그대로 흡수한 셈이다.

하지만 써클의 야망은 USDC 발행에 머무르지 않는다. 2025년부터 써클은 Circle Payments Network(CPN)를 공개하며 자체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체 L1 블록체인인 Arc까지 개발하면서 단순 코인 발행사가 아닌 종합 디지털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담는 지갑, 결제 시스템, 송금 플랫폼, 금융기관 간 청산 시스템 등이 모두 “써클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다. Web2와 금융기관들이 USDC를 쉽게 결제·정산에 활용하도록 하는 API·네트워크 확장이 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관 금융과의 연결도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업 FIS와의 제휴는 전통 금융 네트워크에서 USDC 기반 송금·지급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여러 상장사들이 회계 처리 가능한 디지털 달러로 USDC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유럽 시장용으로는 EURC를 확장했고, 미국에서는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 구조의 USYC 발행으로 기관 대상 디지털 자산 상품을 넓히고 있다. 이쯤 되면 “스테이블코인 회사”라는 말은 써클에게 너무 좁다. 이 회사는 디지털 달러 생태계 전체를 통제하려는 인프라 플레이어다.

물론 빠른 성장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써클의 수익은 여전히 준비금 수익과 USDC 수요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가 하락하거나,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강화되거나, 경쟁 코인이 성장하면 실적이 꺾일 여지가 있다. 최근 IPO 이후 주가가 한때 빠르게 하락한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겹친 결과다. 내부자 지분 언락과 매도 가능성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USDC 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테더(USDT)라는 절대 강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써클이 단숨에 1위를 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써클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수익이나 규모 때문이 아니다. 이 기업은 “전통 금융이 디지털로 넘어갈 때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관문”이 되려 한다. 국가 통화, 기관 청산, 글로벌 송금, 기업 결제, 자산 토큰화 — 이 모든 영역의 중심에 USDC와 써클의 인프라가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확장국면에 진입할 때, 거래소가 아닌 인프라 기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구조가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써클을 보는 일은 단순히 “코인을 보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금융의 다음 단계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읽는 일이다. 가격 변동과 코인 뉴스만 쫓는 투자자라면, 써클의 행보를 보는 순간 관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암호화폐와 금융이 결합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써클은 그 중심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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