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시장을 움직이는 마켓 메이커, ‘윈터뮤트(Wintermute)’

 

코인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윈터뮤트(Wintermute)’ 이야기


암호화폐 시장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세력’, ‘유동성 공급자’, ‘마켓메이커’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윈터뮤트(Wintermute)다.
겉으로는 조용한 회사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모든 주요 거래소를 관통하며 보이지 않는 손처럼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기업이다.

윈터뮤트는 2017년 설립된 영국 런던 기반의 알고리즘 트레이딩 기업으로, 전통 금융권 출신인 에브게니 가에보이(Evgeny Gaevoy)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코인 가격의 빈 구간을 메우고, 매수·매도가 항상 존재하도록 만들어 시장을 흘러가게 만드는 회사다.
일반 투자자들이 거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체결되는 그 거래 뒤에는 사실 이런 시장 조성자들의 알고리즘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윈터뮤트가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거래량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중앙화 거래소(CEX)와 탈중앙 거래소(DEX)를 모두 넘나드는 ‘전천후 트레이더’다. 바이낸스, OKX 같은 대형 거래소는 물론, 유니스왑(Uniswap) 같은 DEX에서도 주요 유동성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코인 시장의 거의 모든 곳에 손이 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의 거래 방식이다. 윈터뮤트는 델타 중립(delta-neutral) 전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이는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방향성 리스크를 최대한 배제한 채, 유동성 공급 자체에서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 코인을 ‘올리기 위해’ 혹은 ‘내리기 위해’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스프레드(매수-매도 차이)와 시장 변동성에서 발생하는 가격 차익(차익거래)을 정교하게 챙기는 쪽에 가깝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윈터뮤트가 가격을 조작한다”거나 “코인을 끌어내린다”는 식의 단순한 그림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장 영향을 무시할 수도 없다. 시장 메이커가 멈추면 시장 전체 유동성이 순간적으로 고갈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10월 대규모 하락장에서, 내부 리스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윈터뮤트는 단기간 거래를 중단했고, 그 직후 시장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며 낙폭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유동성 공급자 한 곳이 잠시 멈출 뿐인데 시장이 흔들린다’는 사실은 코인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흥미로운 점은 윈터뮤트가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명확한 경고를 여러 차례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재활용된 유동성(Recycled Liquidity)’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갇혀 있다.
새로운 투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돌고 도는 스테이블코인, 기관 재무(treasury) 자산, ETF 기반 유동성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만큼, 변동성은 언제든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이 오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돈이 새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시장”이라면, 그 상승은 어디까지나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윈터뮤트는 단순한 세력이 아니라, 코인 시장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로 보는 것이 맞다.
이들이 제공하는 유동성 덕분에 개인 투자자들은 큰 가격 괴리 없이 코인을 사고팔 수 있고, 수십 개의 거래소에서 비슷한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유동성 공급자가 멈추거나, 리스크 관리 기준으로 인해 한동안 시장에 참여하지 않게 되면, 시장은 순식간에 빈틈을 드러내며 취약해질 수 있다.


결국 개인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은 단순하다.
코인 시장은 “가격 = 수요·공급 + 유동성 공급자 의지”로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다.
유동성이 충분할 때는 시장이 부드럽게 흘러가지만, 그 반대일 때는 가격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특히 거래량이 부족한 알트코인일수록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슬리피지가 심해지며, 시장이 순간적으로 ‘텅 비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정리하자면, 윈터뮤트는 세력이라기보다는 시장에 생명을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 순환이 멈추는 순간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과 시장 유동성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을 분석하는 데 꼭 필요한 관점이다.
개인 투자자라면 가격 차트뿐 아니라 유동성, 거래량, 스프레드, 시장 메이커 활동 여부 같은 지표에도 자연스럽게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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