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퍼스AI(Tempus AI), 의료와 AI가 만나는 지점
미국의 헬스테크 시장에서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템퍼스AI다. 단순히 “AI를 의료에 적용한다” 정도의 회사가 아니다. 템퍼스는 유전체 데이터, 종양 데이터, 병리 데이터, 영상 데이터, 임상 데이터 등 의료 데이터를 전방위로 모으고, 이를 AI로 분석해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플랫폼 기업이다. 말 그대로 의료 정보의 끝판왕 데이터를 모아서 실제 병원 진단·처방 단계까지 연결하는 회사다.
템퍼스가 처음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암 진단과 유전자 검사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종양학을 넘어 심장 질환, 영상의학, 정신건강 분석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FDA로부터 여러 AI 기반 의료기기 허가를 받으면서 “진짜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 AI 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이 크다. 의료 AI 시장은 누구나 홍보할 수는 있지만, FDA 인증이 없으면 병원 문턱조차 넘지 못한다. 템퍼스는 이 장벽을 뚫었고, 이 한 번의 인증이 회사의 가치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2025년에 들어 템퍼스의 성장 속도는 더 빨라졌다. 매출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증가했고, 실제 병원과 제약사 파트너십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5년 8월에는 AI 디지털 병리학 전문기업 Paige를 인수했는데, 이 인수로 템퍼스는 병리 이미지 기반 진단 AI 경쟁력까지 손에 넣었다. 유전체·병리·영상·임상 데이터를 모두 가진 회사는 미국 전체에서도 극히 드물다.
이런 데이터 통합 능력은 단순히 알고리즘이 좋아지는 수준이 아니라, 의료 AI의 품질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제약사나 대형 병원, NIH 같은 연구기관들이 템퍼스를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이다. 템퍼스는 상장 이후 이미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Vanguard다. 뱅가드는 2025년 기준 약 600만 주 이상을 보유하며 템퍼스의 주요 주주가 됐다. 그 외에도 DNB Asset Management, Geode Capital, XTX Topco 같은 기관들이 연이어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의료 AI라는 산업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확장성이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게다가 소프트뱅크는 2024년 템퍼스와 함께 일본에서 AI 헬스케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아시아 진출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템퍼스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의료 AI와 정밀의학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장화가 시작된 단계다. 국가별 규제, 병원 도입 속도, 보험 적용 여부 등이 아직 초기라서 이런 인프라를 이미 갖춘 기업이 선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템퍼스가 가진 데이터 규모와 다양성은 다른 회사들이 따라 하기 어렵다. 의료 데이터는 단순히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병원, 제약사, 연구기관들과 오랜 기간 협력해 쌓아야 하는 자산이다. 세 번째로, FDA 인증이라는 가장 높은 장벽을 넘었다는 점도 성장에 큰 동력이 된다. 의료 AI는 인증 획득이 사실상 진입장벽이자 시장 점유율을 결정하는 요소다. 템퍼스는 이 장벽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넓게 넘어선 회사 중 하나다.
물론 모든 혁신 기업이 그렇듯 리스크도 있다. 아직 템퍼스는 안정적 흑자 기업이 아니며, 연구개발 비용과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매우 높다. 의료 데이터 산업 특성상 규제 리스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산업은 ‘승자독식’ 구조가 강하다. 초기에 가장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장 빠르게 FDA 인증을 받으며, 가장 넓은 병원 네트워크를 갖춘 회사가 미래 의료 플랫폼을 통째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템퍼스는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
결국 템퍼스를 어떻게 보느냐는 “의료가 앞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AI 의료의 시대가 올 거라고 믿는 사람에게 템퍼스는 매우 명확한 선택지다. 반대로 기존의 병원 중심, 의사 중심 모델이 유지될 거라고 본다면 템퍼스의 가치는 과대평가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 흐름은 이미 정해졌다. 미국 병원·보험사·제약사는 데이터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 전환의 중심에서 템퍼스는 가장 많은 자산을 모으고 있는 회사다.
만약 지금 시장에서 “향후 10년 동안 의료가 어떻게 바뀔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그 답을 가장 잘 보여주는 회사가 템퍼스다. AI·임상·유전체·병리·영상 데이터를 한데 묶어 새로운 의료 표준을 만들려고 하는 기업. 그리고 그 변화에 글로벌 기관 자금이 이미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템퍼스의 성장은 아직 초입이라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