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학 학파 완전 정리: 고전에서 현대까지
현대 경제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거시경제학은 실업, 물가, 경기변동, 성장, 통화 등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러한 거시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시대와 학자에 따라 달랐으며, 각기 다른 경제학파(School of Thought) 를 형성하였다. 본 글에서는 대표적인 거시경제학 학파들을 역사적 순서와 함께 정리해본다.
1. 고전학파 (Classical Economics)
형성 시기: 18세기 후반 ~ 19세기 중반
대표 학자: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장 밥티스트 세이
고전학파는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강조한 최초의 체계적 경제학 이론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은 시장 참여자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체 사회가 효율적 자원 배분을 이룬다고 보았다.
핵심 이론 중 하나인 세이의 법칙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반적으로 과잉생산이나 장기적 실업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전제를 내포한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되어야 하며, 자유로운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한다고 본다.
정책적 함의는 매우 자유주의적이다. 조세, 관세, 정부 개입은 시장을 왜곡하며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관점이다.
2. 케인스학파 (Keynesian Economics)
형성 시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대표 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은 고전학파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실업이 장기간 지속되며 시장은 회복되지 않았고, 이에 반기를 든 인물이 바로 케인스였다. 그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통해 경제는 총수요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불균형 상태에 머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효수요 개념을 통해 정부가 소비와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승수효과, 한계소비성향 같은 개념도 등장했다.
정책적으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장하였다. 경기 침체 시 정부 지출을 늘리고, 경기가 과열되면 조세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3. 통화주의 (Monetarism)
형성 시기: 1950~60년대
대표 학자: 밀턴 프리드먼
케인스학파의 재정정책 위주 접근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자, 밀턴 프리드먼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통화 공급량 조절이 경제 안정에 핵심임을 강조했다.
또한 자연실업률 가설을 통해,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려 할 경우 인플레이션만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으로는 실업과 인플레이션 간 트레이드오프(필립스 곡선)가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책적으로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중앙은행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통화량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4. 신고전학파 (Neoclassical Economics)
형성 시기: 20세기 후반
대표 학자: 로버트 루카스, 토마스 사전트
신고전학파는 케인스와 고전학파를 절충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특히 **합리적 기대 이론(Rational Expectations)**을 도입해 경제 주체들이 정부 정책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써도 사람들이 이를 예측하고 소비를 조절하면 정책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시장은 빠르게 균형을 회복하며, 실업은 자발적이거나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보았다.
정책적으로는 단기 개입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물가안정 등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5. 신케인스학파 (New Keynesian Economics)
형성 시기: 1980년대 이후
대표 학자: 그레고리 맨큐, 데이비드 로머
신고전학파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케인스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학파이다. 이들은 가격과 임금이 명목 경직성을 가지며, 경제가 자동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메뉴 비용, 효율 임금 이론, 비대칭 정보 등을 통해 왜 시장이 완전하지 않은지를 설명했다.
정책적으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필요하다고 보며, 중앙은행의 역할도 중요하게 다룬다.
6. 실물경기변동이론 (RBC, Real Business Cycle Theory)
형성 시기: 1980년대
대표 학자: 에드워드 프레스콧, 핀 키드랜드
RBC이론은 경제 변동의 원인을 정부 정책이나 통화량 변화가 아닌, 기술 충격과 생산성 변화 등 실물 요인에서 찾는다. 경제는 본질적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경기 변동은 경제 주체들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본다.
모든 경제 주체는 합리적 기대를 가지며, 노동과 생산에 대한 의사결정은 최적화된 반응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업은 기술 충격에 대한 합리적 반응일 뿐, 정책 개입으로 고칠 수 없다고 본다.
정책적으로는 정부 개입이 무의미하거나 해롭다는 입장이다.
7. 현대통화이론 (MMT, Modern Monetary Theory)
형성 시기: 2000년대 이후
대표 학자: 스테파니 켈튼, 랜달 레이
MMT는 최근 각광받는 학파로, 기존 이론과 가장 큰 차이는 국가의 화폐 발행 능력에 대한 인식이다. 자국 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정부는 통화 공급의 제약 없이 재정 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정부는 재정적자가 두려워서 소비나 투자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특히 실업과 저성장이 장기화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전고용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인플레이션 관리는 별도로 필요하다는 점도 명확히 한다.
정책적으로는 대규모 재정지출, 공공고용 프로그램, 기초소득 논의 등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마치며: 학파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거시경제학 학파 간의 논쟁은 단순한 학술적 다툼이 아니다. 어떤 이론이 지배적이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정책,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복지 제도, 조세 시스템이 전혀 달라진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가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케인스주의가 부활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의 흐름을 읽고, 정책의 방향을 이해하려면 학파 간의 차이를 알고 접근하는 것이 필수다. 각각의 관점은 특정한 시대적 상황에서 탄생했고, 강점과 약점을 지닌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만을 절대화하기보다, 복합적인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