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ACG의 모든 것: 기능성과 감성을 겸비한 아웃도어의 정석
ACG의 기원은 1981년, ‘Nike Hiking’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라바 돔(Lava Dome), 마그마(Magma), 어프로치(Approach) 같은 트레일화를 첫 제품으로 선보였다. 이 중 어프로치는 나이키 최초로 고어텍스를 적용한 신발이기도 하다. 당시엔 기능성 아웃도어 제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는데,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답게 기술력을 곁들여 이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나이키 어프로치 |
이후 ACG는 틴커 햇필드가 디자인한 ‘에어 모왑(Air Mowabb)’을 통해 확실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이 신발은 오프로드 러닝화처럼 보이지만, 컬러 배합이나 소재, 착화감이 예술이었다고 평가받는다. 지금도 빈티지 모델 찾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전설적인 제품이다. 당시 광고 카피가 ‘이건 오레곤에서 왔다’였는데, 그만큼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었다.
1990년대 ACG는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지금 기준으로 보면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진짜 혁신적인 색상 조합, 과감한 디자인들이 많았다. 일명 ‘Lungs Era’라고 불리는 시기가 특히 유명하다. 로고가 폐 모양으로 바뀌고, 슬로건도 ‘Designed, Tested, and Made on Planet Earth’로 교체되면서 철학 자체가 더 명확해졌다.
Errolson Hugh |
근데 2000년대 들어서 ACG는 점점 잊혀져 가. 테크웨어나 아웃도어 웨어의 대중성이 아직은 부족했고, 나이키 자체도 메인 스포츠 라인에 집중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아크로님(Acronym)’의 에롤슨 휴(Errolson Hugh)가 ACG 리뉴얼을 맡게 되면서 다시 반등하게 된다. 에롤슨은 원래 테크웨어계의 전설 같은 인물인데, 미니멀하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을 잘 뽑아내는 걸로 유명했다.
이때부터 ACG는 완전히 도시형 아웃도어 감성으로 리브랜딩된다. 기존의 ‘야외활동’ 중심에서 ‘도시에서도 쓸 수 있는 테크웨어’ 감성으로 넘어온 것이다. 재킷 하나 입어도 방풍, 방수, 발수 다 되는데 디자인은 힙하다. 컬러는 절제돼 있으면서도, 곳곳에 포인트를 줘서 ‘아는 사람은 아는’ 감성이 살아 있었다.
2018년부터는 제임스 아리주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어오면서 ACG는 다시 한 번 방향을 틀게 된다. 이번에는 90년대 오리지널 감성을 현대 기술과 결합해서, ACG만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다.
대표적인 모델이 ‘마운틴 플라이(Mountain Fly)’ 시리즈이다. 고어텍스를 적용하고, 리액트 미드솔로 편안함을 강조하면서도 견고한 트레일화 느낌을 그대로 가져갔다. 그리고 디자인도 과하지 않게 절제돼 있어서 스트리트 패션에도 어울린다.
마운틴 플라이(Mountain Fly) |
예를 들어 ‘ACG Misery Ridge Gore-Tex Jacket’ 같은 제품은 진짜 산에 가도 문제없고, 평소에도 힙하게 입을 수 있다. 컬렉션 라인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를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고, 환경을 생각한 소재 사용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재생 나일론 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많아졌고, 패키징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이키의 전체적인 지속가능성 전략과 맞물려서, ACG는 ‘지속 가능한 아웃도어 브랜드’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ACG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내놓고 있고, 특정 시즌 테마를 기반으로 콘텐츠 마케팅도 잘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ACG 캠페인 영상 보면, 진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도시에서 자연을 꿈꾸는 사람들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요즘같이 캠핑, 트레킹, 백패킹 유행하는 시대에는 ACG 같은 브랜드가 딱이다.
마무리하자면, ACG는 단순히 '산에 갈 때 입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도시와 자연, 기능성과 스타일, 클래식과 혁신을 모두 아우르는 나이키만의 아웃도어 해석이라고 보면 된다. 패션으로서도, 기능으로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브랜드이다.
다음 글에서는 ACG와 함께 자주 비교되는 브랜드, ‘살로몬’에 대해서도 다뤄보려고 한다.